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은 이미 당연하지 않다. 손꼽아 기다리던 타지로의 여행도, 맘 놓고 거리를 활보하던 외출도 모두 희미해지면서 적잖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코로나 블루라 부른다.
친구와의 우정, 사제 간의 교류, 동료와의 협력 등 많은 관계가 변화를 마주했다. 그렇다면 연인간의 관계는 어떤가? 애정전선에는 문제가 없는가? 코로나로 인해 섹스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현 상황에서 연인은 서로의 성적 욕망과 섹스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섹스하기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것이 문제라고 인정하는 것부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지금 이 시기는 섹스하기 정말 어려운 시기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전에 없는 스트레스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연인이라면 위와 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인정함이 필요하다. ‘나는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섹스가 더욱 하고 싶던데’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성욕의 발현 기제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성욕이 짜게 식는다. 수능시험, 유격 훈련, 사내 프로젝트 데드라인 막바지 상황을 대입해보면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그때 윤활액이 나와 속옷이 젖거나 팬티를 뚫을 듯 발기가 되었던가?)
실제로 스트레스는 신체의 성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은 우리의 몸은 위험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와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하는 반면, 위험 대처와 관계없는 피부, 소화기관, 신장, 간, 성기로 가는 혈류는 감소시킨다. 위와 같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건조한 윤활액, 발기부전, 조루와 같은 현상이 출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연인을 포함한 타인에게 왕성한 성적 활동을 미덕처럼 제안하거나 종용하는 것이다. 섹스라는 영역은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영역이다. 섹스하지 않는, 성적 욕망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를 함부로 무시하거나 깎아내려선 안된다. “삶에 찌들어서 그래. 같이 붙어서 키스하고 스킨십 하다 보면 그래도 섹스하고 싶을 걸?”, “그래도 연애 초기인데 이거 정말 너무하는 것 아냐?”라는 말은 친분에 따라 농담이 될 순 있어도 무기력한 관계를 해결하게끔 돕는 속 깊은 말은 아니다.
몸과 마음에 투자합시다
어차피 섹시한 데이트를 할 공간이 없고 섹스를 할 여력이 없다면 재정비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한 신체에 섹시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이다. 데이트와 대실 비용 등으로 소진했던 금액을 감성 충전과 건강 증진에 투자하며 더 큰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
가장 크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미뤄뒀던 병원 검진을 함께 받아보는 것이다. 비뇨기과와 산부인과로 하루의 데이트 코스를 설계해 함께 방문해보자. PCR 검사를 기초로 한 성병 검사도 좋지만 다른 성을 중심으로 한 복합적인 검진(정자의 활동성에 대한 검사, 자궁 건강에 관한 검사, 각종 호르몬 검사, 섹스에 관한 상담 등등)에 아낌없이 투자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만약 상대 중 누구라도 아직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지 않았다면 비용을 아끼고 목표를 잡아 접종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일찍 시행하지 못해서 참으로 후회되는 일이 많다…)
생식기를 중심으로 한 건강 검진과 각종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미용이나 마사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함께 커플 왁싱에 도전해 보거나 실비 보험 적용 대상인 도수치료를 받아보자. 어떤 방식이든 신체를 배경으로 한 성적 건강, 정력과 활력을 위한 투자를 데이트 삼아 보자는 취지다.
감정적인 여유가 든다면 섹시한 감성이 몰려드는 인센스를 구입하고 함께 누울 침대에 걸맞은 이불과 베개를 함께 구매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평소 즐겨보고 싶었지만, 과소비라고 생각했던 커플 젠가나 섹스토이, 섹스 매거진 등을 구매하여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술에 취한 채 성욕에 대한, 성감대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준비하고 계획합시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는 별것 아닌 도보 데이트만으로도 설렘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족한 자극이 디폴트다. 핫플레이스로 맘 편히 놀러 갈 수 없고 즉흥적으로 만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뜨거운 섹스가 하고 싶다면 섹스할 준비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노오력이 필요하다는 꼰대어로 들릴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여기에서 ‘준비’는 없는 예산을 쪼개 호텔을 예약하거나 값비싼 와인을 구매하자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즉흥적으로 시간이 맞아 섹스하는 것이 아닌, 약속된 섹스를 해 보자는 취지다. 정말 촌스럽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나는 달력에 서로 섹스할 날짜와 특정 시간을 기록해 보라고 추천해본다. (적어도 최소 1~3개월 후 토요일, 서로가 최대치로 섹시함에 집중할 수 있는 날짜를 정해보자)
이는 본인과 상대 모두 섹스에 내 활력을 투자할 시기를 준비할 수 있게끔 여유를 두는 효과도 있지만, 그 시기를 바라보고 상상하게끔 하여 천천히 성욕에 불을 지피는 효과도 있다. 원래 오랜 시간 뜸을 들인 장작이 더욱 크게 타오르는 법이다. 뜨거운 섹스를 시차를 두고 약속함은 관계 내 열정과 믿음을 확인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이 약속을 토대로 평소 불균형을 이루던 성적 욕망을 비등비등하게 맞추는 데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콘돔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에디터로서 이런 주장을 해도 되나 싶지만, 나는 2020년을 가장 Un-sexy한 해로 꼽겠다. 성적 욕망을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들끓던 성욕은 각박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로 인해 금세 풀이 꺾여버렸다. 섹시한 데이트는 고사하고 모텔도 가기 어려운 실정 속에서 누군가는 욕구불만으로 섭섭함을 누군가는 그럼에도 노력하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에 서운함을 빚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섹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에 나눌 수 있는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쾌감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려면 좋은 컨디션과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언제나 잊지 말자. 이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곧 우리가 기억하던 봄이 오길 바라본다.
요약
- 보통 사람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성욕이 짜게 식는다. 지금 이 시기는 섹스하기 정말 어려운 시기임을 인정해야 한다.
-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연인을 포함한 타인에게 왕성한 성적 활동을 미덕처럼 제안하거나 종용하는 것이다. 섹스는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영역이다.
- 어차피 섹시한 데이트를 할 공간이 없고 섹스를 할 여력이 없다면 재정비에 투자해보자. 생식기 관련 각종 건강검진, 커플 왁싱, 섹스토이나 침구류 구매 등을 연인과 함께 즐겨보자.
- 즉흥적으로 시간이 맞아 섹스하지 말고 달력에 서로 섹스할 날짜와 특정 시간을 기록해 보자. 원래 오랜 시간 뜸을 들인 장작이 더욱 크게 타오르는 법이다.